올해 들어와 상당히 많은 책을 읽고 있습니다. 판타지, 문학, 자기계발 가리지 않고 말이죠.
이번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에세이집을 읽게 되었는데요. 이 책을 처음 펴자마자 속았다!라는 느낌을 크게 받았습니다.
자기계발서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이건 난데 없는 기행문? 일기? 자서전? 여하튼 그런 종류의 책이었으니까요. 사실 공부유랑이라는 제목, 그리고 소설가 이외수라는 띠지만 보고 이외수 작가님이 쓰신 공부하는 방법론이라고 지레 짐작했던 건 저였기 때문에 속았다고 하기에는 어폐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그만큼 실망했다는 거죠.^.^a
공부유랑은 저자인 윤오순씨가 1997년 이후,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다시 학업을 시작해 이화여대에 들어가 학위를 이수하고 이어 영국, 일본, 중국, 아프리카를 다니면 공부를 계속하고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현재까지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 이야기의 끝에 유학생활 혹은 여행중 알아야 할 간단한 상식을 몇 줄로 요약해서 소개하고 있고요.
책을 다 읽기는 했습니다만, 솔직히 '그래서?'라는 생각밖에는 들지 않았습니다. 물론 유학시의 유의점들을 기술하고는 있지만 전문 유학서에 비한다면 많이 부족하고 진짜로 유학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보다는 다른 책을 읽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기행문이라기엔 학업에 대한 것과 자전적인 이야기가 많은 편이고요. 전문 유학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여행지의 정보를 자세히 소개해주는 전문 관광서도 아닌, 블로그 마냥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들로 채워진 책을 읽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제가 이상한 걸까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글을 읽는 내내 다른 자서전류와 마찬가지로 잘난 사람의 자기 자랑으로 밖에는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물론 저의 자격지심과 성공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한 질투 탓이겠지요.).
한국에서 내노라하는 명문여대를 나왔고 해외에서 학위까지 취득한 전형적인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작가가 하는 이야기.(물론 그녀가 살아온 환경이 책에서는 자세히 언급이 되지 않기 우리가 생각하는 전형적인 엘리트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녀의 이력서를 장식하고 있을 명문여대, 해외유학이라는 문구가 그녀의 치열한 노력 여부를 떠나 일반인들에게 엘리트라는 인상을 심어주게 만들지요.)
그녀가 걸어왔고 추구하는 목표 또한 일반인들이라면 생각지 못하거나, 아니면 영원히 꿈으로만 간직할 것들이죠. 이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았다고 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때 뿐, 이내 삶의 고단함에 찌들어 언제 그랬냐는 듯 삶을 살아갈 겁니다.
돈이 뭔 대수냐! 자기가 원하는 거 해라! 그걸 위해 과감히 포기해라!
좋은 말이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처한 환경 혹은 개인의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실천하지 못합니다. 경제적으로 잃어야 할 부분이 너무나 크니까요. 그리고 포기한 만큼의 대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인가도 불확실하고요. 작가의 이야기가 책으로 나왔다는 것은, 모든 것을 박차고 나온 직가의 행동 자체가 그만큼 이 사회에서 흔하게 볼수 없는 일이고, 일반인의 시각에서 봤을때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는 소수의 경우에 해당되기 때문이라는 반증이 아니겠습니까?
쓰다보니 너무 제 개인의 감정을 토해내는 것이 되어 버렸습니다만, 이건 원했던 장르가 아닌 것에 대한 실망(김칫국을 마신 건 접니다만...)과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패배자의 질투와 자격지심 때문입니다.
책과 작가에 대한 정당한 평가는 아니지요.^.^a
제 개인적인 감상을 떠나서 책 자체는 읽을만 했습니다. 중간 중간에 나오는 자전적 이야기들은 그다지 흥미를 끌지 못했습니다만 다른 나라에서의 생활, 특히 에티오피아에서 경험한 것들을 소개하는 부분은 생소한 것들이라 상당히 재미가 있었고 그외에 다른 영국이나, 중국, 일본에서의 생활하면서 현지문화를 겪은 이야기들도 흥미로웠습니다. 각 이야기마다 사진과 같은 볼거리도 풍부하게 삽입해서 글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좋았고요.
아, 종이 재질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냄새는 좀 독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한 가지 작가에게 부러웠던 건 자기 하고자 하는 일을 알고 거기에 열정과 노력을 쏟아부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게는 그런 것이 없습니다. 매사를 삐딱하게 보고 부정적으로 생각할 뿐, 하고 싶은 일도 없고 최소한의 일도 하지 않은채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고 있는 잉여인간일 뿐이지요.
작가의 화려한 학벌도, 해외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살아가는 삶도 부럽지 않습니다. 다만 단 한가지,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를 알고 있다는 것 만큼은 정말 부럽네요.
작가처럼 자신을 속박한 모든 것을 박차고 나와 원하는 목표를 향해 걸어나갈 용기와 열정이 없는, 그리고 그 전에 내가 추구하고자 하는 것이 뭔지를 알지 못하는 제 자신에게 다시 한번 깊은 실망을 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