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 때나 전화를 걸어도 좋을 사람을 가졌는가?
부르면 지금 당장 달려와 줄 사람을 가졌는가?
피를 나누지 않은 가족 같은 사람, 그 사람을 가졌는가?
표지에서부터 시작되는 저자의 질문에 제 대답은 모두 '아니오'였습니다.
서글픈 일이죠. 서른이라는 길다면 긴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나 돌아보면 후회가 되기도 하고 말입니다.
저는 소위 말하는 사회부적응자입니다. 기본적으로 사람을 싫어하고(아니, 두려워 한다는게 더 정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네요.) 필요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그 어떤 관계도 맺기를 거부하는... 어떤 형태로든 사람을 대하는 것 자체가 너무 힘들어서 서른 넘어서 겨우 들어간 첫 직장도 8개월만에 도망쳐 나왔을 정도로 적응하지 못하죠.
돌아보니 대학에 입학한 20살을 시작으로 10년이 넘는 시간 내내 제 생활이 작가의 말마따나 잿빛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제 문제를 스스로 깨닫고 있었기에 조금이라도 바꿔볼 수 있을까 싶어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고요.
사실 책의 내용 자체는 이제까지 나온 다른 서적과들과 크게 다를 바 없었습니다. 물론 저자가 다르기 때문에 표현방법이나 예시가 달라졌기는 합니다만 그속에서는 하는 이야기는 대동소이하고, 그것은 곧 사람들이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누구 하나 할 것 없이 똑같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겠지요. 다른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누구나 알고 있어도 막상 실천하기는 어려운 것이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를 맺고, 유지하고, 개선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책에서 작가는 인간관계를 위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배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이 모든 관계를 시작하는데 있어서 기본이 되는 것이고 배려 없이는 관계는 지속될 수 없다는 것을 작가는 지속적으로 말하지요. 가장 쉽게 할 수 있지만, 현대인들이 가장 하지 못하는 것, 배려. '나는 그동안 사람들을 배려하면서 살아 왔나'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데 이유야 어찌되었든 역시 대답은 '아니오.' 스스로 생각해봐도 한심하기 짝이 없는 인생이었군요.^.^a
책을 읽으면서 그 동안의 제 잿빛 인생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 되었고, 아쉬움과 후회, 그리고 이렇게 살아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한번 해보게 되었습니다.
다만 한 가지 신경이 쓰이는 것은 이 책 역시 기본적으로 직장 내 인간관계에 대한 것을 주로 다루고 있기에(물론 전부 그런 것은 아니고, 실생활에도 충분히 적용할수 있습니다만, 출판사의 성격이나 본문의 예시 등을 볼 때) 진정한 인간관계 개선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저자가 경계하고 있는 것처럼 직장생활 중 필요에 의해서 인간관계를 개선하는. 즉 처세술의 방법을 가르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점이네요.
만약 그런 식으로 사용이 된다면 저자가 270여페이지에 걸쳐 해왔던 이야기들은 허울좋은 공염불이 될 뿐이니 말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마디.
이런 종류의 책들은 직장인이나 성인이 아니라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읽혀졌으면 합니다.
20살이 넘은 성인들은 이미 사고나 가치관이 대부분이 형성되어 굳어 있기에 그것을 바꾸기가 거의 불가능할 뿐더러, 가능하다고 해도 엄청난 시간과 뼈를 깎는 노력을 필요로 하니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