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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탈진 음지

소설

by 여울해달 2011. 8. 29. 12:02

본문


기 본 정 보

제     목

비탈진 음지

글 쓴 이

조정래

펴 낸 곳

해냄

펴 낸 날

2011년 8월 15일

가     격

12,800원


 이 책은 조정래 작가가 1973년 중편으로 출간했던 비탈진 음지를 장편으로 개작하여 올해 재출간 한 작품입니다. 장편 개작이라고 해도 원작인 중편을 읽어본 적이 없으니 뭐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죠.

 이야기는 칼장수 복천영감이 칼을 갈라고 소리치면서 시작됩니다. 60년대 급격한 산업화의 바람, 그 이전에 지독한 가난속에서 시골에서 살 길이 막막하던 복천영감은 아무런 계획도 없이 자식들을 데리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하지요. 하지만 이런 이야기에 흔히 등장하는 것처럼 예나 지금이나 도시라는 공간은 어수룩한 시골사람들에게 결코 녹록한 곳이 아니었습니다. 어쨌든지간에 돈을 많이 벌수 있을 거라는 근거없는 희망만을 가지고 상경한 복천영감의 기대는 순식간에 산산조각나지요. 그가 제대로 배우지 못한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힘들고 벌이가 시원찮은 막노동일들, 그것마저도 이미 먼저 자리를 잡고 있는 사람들의 텃세 속에 제대로 발붙이지 못합니다. 하지만 자신만을 바라보는 어린 자식들 때문에라도 버티지 않을 수 없었지요. 그리고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복천영감과 그의 자식들은 도시의 음지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우중충한 잿빛. 조정래 작가의 글을 한 가지 색깔로 표현하자면 아마 이렇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제가 읽은 작가의 작품이라고 해봐야 이 책과 바로 전에 출판된 중편집 상실의 풍경이 고작이니 빙산의 일각만 보고 섣부르게 판단한 것일 수도 있지요. 하지만 왠지는 작가의 다른 작품도 잿빛의 강도가 이 책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전작인 상실의 풍경도 그랬지만, 벌써 40년전에 발표되었던 글이 지금에도 그대로 사회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섬뜩하기가 그지 없습니다. 지금도 남녀노소를 막론한 사람들은 40년전 복천영감과 같은 이유로 자기가 살던 곳을 떠나 서울로, 서울로 향하고 있습니다. 서울과 그 인접 지역을 제외하고는 제대로 된 일자리를 얻기가 힘든 현실 때문이지요. 그렇게 사람들이 모이다보니 소위 '제대로 된 직장'들은 산업 기반이 취약한 지방을 떠나 서울로 집중되고, 지방의 사람들 역시 다시 서울로 향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있고, 많은 기업들이 밀집해 있는 만큼 대도시, 정확히는 서울이라는 공간은 자신의 능력여하에 따라 많은 기회를 잡고 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사람들의 마음속에 가득 자리잡고 있고, 복천영감처럼 그 기대하나만으로 서울로 항하고 있지요. 하지만 그런 눈에 보이는 양지의 이면에는 그것보다 몇배나 더 넓은 음지가 자리잡고 있고, 많은 사람들이 양지를 꿈꾸지만 음지에서 살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의 현실입니다.

 그 현실이 40년전의 상황과 판에 박은 듯이 똑같다는 것은 그간 우리의 사회가 외형적인 성장에만 치중했고, 정작 그 성장의 혜택을 누려야 할 사람들을 돌아보지 못했다는 반증이 아닐까 생각되네요. 그리고 지금도 작가가 바라보았던 음지는 햇빛에 의해 걷혀지기는 커녕 오히려 점점더 넓어지고 있습니다. 모순적이게도 태양이 빛나고 있는한 음지는 결코 사라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 음지를 최소한으로 줄이기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이 우리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이 아닌가 싶네요.

 과연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 비탈진 음지처럼 능력없는 자는 당연히 도태되는 것이 아니라, 그런 능력없는 자라 할지라도 보듬고 갈수 있는 양지바른 세상이 과연 우리 앞에 펼쳐질 날이 올까요?

 추신 : 다 좋은데 택배가 왔으면 연락을 해야 될거 아냐! 아무런 연락도 없이 우편함에 책을 넣어두고 가다니 살다 살다 이런 경험은 처음... KGB택배, 니들 그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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