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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풍경

소설

by 여울해달 2011. 3. 2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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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본 정 보

제     목

상실의 풍경

글 쓴 이

조정래

펴 낸 곳

해냄

펴 낸 날

2011년 2월 25일

가     격

12,800원


 이 책은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으로 국내 문학계의 거장 중 한분으로 손꼽히는 조정래 작가의 신작입니다. 신작이라고는 해도 1999년에 나왔던 동 작가의 작품집을 양장본으로 재판한 것 뿐이지만 말이죠. 

 본편은 <누명><선생님 기행><20년을 비가 내리는 땅><빙판><어떤 전설><이런 식(式)이더이다><청산댁><거부 반응><상실의 풍경><타이거 메이저>의 중단편 10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수록된 작품 중 가장 최신작이 1973년작인 <타이거 메이저>일 정도로 이 책은 오래된 작품, 작가의 초기작으로만 구성되어 있지요.


 솔직히 이 책이 그다지 재미있지는 않았습니다. 첫 작품인 <누명>을 시작으로 마지막 작품인 <타이거 메이저>까지 작품 전체가 제 눈에는 온통 잿빛으로 물들어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죠. 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은 혼란한 시대적 상황을 배경으로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어느것 하나 희망적인 내용이나 결말이 없습니다. 빨갱이라는 굴레 아래 부조리한 사회의 벽에 부딪혀 무기력하게 깨지고, 혹은 그런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처음으로 깨닫고 좌절하는 주인공들로 가득찬 이 소설에서 희망이라는 것을 찾지 못하는 것은 비단 저 혼자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알고 싶지 않은 과거의 어두운 면만을 골라 보여주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더욱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은 40년이란 시간이 흐른 지금 읽어도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작가가 글을 쓸 때와 비교한다면, 소위 빨갱이로 대변되는 이데올로기의 문제는 많이 줄어 들었지만 아직도 사회 전반에 걸쳐 존재하고 있는 문제이기도 하고, 또 작중에서 다루고 있는 사회적인 부조리와 차별의 문제 역시 지금도 변함없이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서 마음이 무겁기가 그지 없었습니다.


 사실 조정래 작가의 글을 한번도 읽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저 학창시절 라디오 광고로만 많이 들어 이름만 익숙할 뿐이라 작가가 문단에서 이름이 높다는 것만 알고 있지 어떤 내용의 글을 어떤 식으로 쓰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지요. 그래서 처음 이 책을 받았을 때 잡는 순간 묵직하고 딱딱한 양장 표지, 한 눈에도  두꺼운 이 책을 언제 다 읽느냐는 생각에 막막해졌습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이 책이 깨알같은 글씨로 꽉 찬 450페이지 짜리 장편 소설이 아니라, 10작품으로 이루어진 중단편집이고 생각보다 글씨가 크다는 점이었지요.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의무감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하겠다고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2시간이란 시간이 흘러 있었습니다. 그리고 페이지는 400페이지를 훌쩍 넘기고 있었고요.


 솔직히 소위 '순수문학'이라는 범주에 들어가는 소설들을 읽지는 않습니다. '답답하고 무기력한 현실을 배경으로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에 고리타분한 이데올로기를 집어 넣어 만든 유식한 분들만 읽는 글'이라는게 순수문학을 인식하는 저의 시각이기도 하고 또 제게는 이런 소설들이 재미가 없기 때문이죠. 그리고 소설 속에서까지 답답하고 우울한 현실을 마주하기 싫다는 마음이 강하기도 하고요.


 전 소설은 무엇보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입장인지라 재미가 없는 소설은 읽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의무로 책을 읽지 않아도 되는 수험생활에서 벗어나고 나서는 더 이상 문학작품들을 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상실의 풍경은 내용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과는 별개로 순수문학 작가들에 대한 저의 생각을 조금이나마 바꾸게 해줬습니다. 분명 취향이 아닌 글이 분명함에도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읽게 만드는 능력을 경험하면서 왜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가 있었지요.


 제 자신도 구분하는 범주는 비록 틀릴지언정 작가라는 수식어를 달고 싶어하는 수많은 사람들 중 한명이기에 '작가'의 대단함을 처음으로 깨달았고, 작품 전체에 사용된 생소하지만 풍부한 단어와 어휘들은 인터넷과 장르소설의 단순한 문장에 익숙해져 있던 제게 신선한 자극과 함께 제대로 된 글을 쓰기 위해서 국어를 얼마나 잘 알고 사용할 줄 알아야 하는지도 알게 했습니다.


 다만 작가가 작품활동을 시작할 때가 지금의 저보다 어린 20대 후반이었는데 그때 벌써 이런 글을 써 내려간 것을 보면 작가는 정말 타고난 재능이 있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좌절하게 만드네요.^.^


 내용을 떠나 책 자체에 대해서 아쉬운 것은 양장본이라는 점과 가격이었습니다. 요즘 어지간한 소설은 대부분 1만원에 근접하거나 넘어가는 추세에 보면 12,800원이 그다지 비싼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일반표지보다 양장본이 더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양장본을 하고도 이 정도의 가격이었다면 차라리 그냥 일반적인 표지를 사용해서 가격을 좀더 낮추는 편이 좋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또 양장본은 책의 가격을 떠나 서점에서 그냥 책을 들어 훑어볼 때나 구매한 후 집에서 편하게 보려는 사람들에게는 꽤나 부담스러울 뿐더러 표지에서 풍기는 왠지 모를 위압감은 가뜩이나 무거운 책 내용과 맞물려 독자들을 쉽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뭐, 청소년들의 학습교재를 제외하고는 순문학, 장르문학 할 것 없이 판매량이 바닥을 기는 것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니 소장욕을 자극해 구매를 유도하겠다는 의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양장본은 꽂아놓으면 보기에는 좋으니까 말이죠.) 하지만 양장본이라는 제본 형태가 부담스러운 것은 어쩔수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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